어느 날, 몇 명의 아이들이 자기들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말을 탄 한 왕의 전령이 온 마을에 나팔을 불며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갔다. “왕이시다! 왕께서 오늘 이 길을 지나신다. 모두들 왕의 행차를 준비하라!”
아이들은 모두 놀이를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며 “저 소리 들었어?” 하고 물었다. “왕이 오신데. 왕이 담장을 넘어 우리 놀이터를 보게 되면 어쩌지? 그럴 수도 있잖아? 놀이터를 깨끗이 치워야만 해.”
이 아이들은 평소 정리 정돈에 관심이 없었기에 그 놀이터는 몹시도 더러웠고, 구석구석마다 휴지 조각과 깨진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 한 아이가 잡초를 뽑을 괭이를 가져오고, 또 한 아이는 낙엽을 끌어 모을 갈퀴를 가져오고, 세 번째 아이는 당장 달려가 정원에서 손수레를 끌고 왔다. 아이들은 마침내 놀이터가 깨끗하고 단정해질 때까지 힘들여 일했다.
“야, 이제 깨끗해졌다!” 아이들이 말했다. “하지만 예쁘게 꾸미기도 해야 해, 왕들은 항상 아름다운 곳에 사시잖아. 어쩌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것도 몰라 보실 수도 있어. 왕은 언제나 깨끗한 곳에 사시니까.”
그래서 한 아이가 향기 나는 골풀을 가득 들고 와서 바닥에 깔았다. 나머지 아이들은 떡갈나무잎과 솔잎으로 화환을 만들어 담장에 걸었다. 그리고 그 중에 제일 어린 아이는 금잔화 꽃봉오리를 가득 따다 놀이터 바닥에 뿌리며, “금처럼 보이라고,” 하고 말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났을 때, 아이들이 서서 둘러보니 그 놀이터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
!” 하고 가장 어린아이가 말하니 다른 아이들도, “맞아! 맞아!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하자.” 외쳤다.
하루 종일 기다렸다. 하지만 왕은 오지 않았다. 겨우 해가 질 무렵에야, 상냥한 얼굴의 한 남자가 여행으로 남루해진 옷을 입고 피곤한 기색으로 길을 지나치다 멈추어 담장 너머를 들여다 보았다.
“정말 멋진 곳인 걸!” 그 남자가 말했다. “얘들아, 내가 들어가서 좀 쉬어도 될까?”
아이들은 흔쾌히 그를 데리고 들어와서 낡은 나무통으로 만든 의자에 앉혔다. 아이들은 그 의자를 낡은 빨강 망토로 덮어서 왕좌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아주 그럴 듯했다.
“여기는 우리 놀이터예요!” 아이들이 말했다. “왕을 위해서 우리가 예쁘게 꾸몄어요. 하지만 왕이 오시지 않아서 그냥 우리를 위해서 앞으로는 깨끗이 하려고 그래요.”
“그거 좋구나!” 그 남자가 말했다.
“왜냐하면요, 예쁘고 깨끗한 것이 더럽고 흉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른 아이가 말했다.
“그게 훨씬 낫지!” 그 남자가 말했다.
“또 지친 사람들이 들어와서 쉴 수도 있고요!” 제일 어린아이가 말했다.
“그게 최고로구나!” 그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아주 친절한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아이들은 그의 곁에 다가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 –헛간에 있는 다섯 마리 강아지와 네 개의 푸른색 알이 들어있는 개똥지빠귀 둥지, 그리고 황금색 조개가 자라는 바닷가에 대해서 재잘거렸다. 그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이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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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는 물 한 잔을 부탁했고, 아이들은 금색 잔가지 모양이 그려진 가장 좋은 컵에 물을 담아 가져다 주었다. 일어나 자기 갈 길을 가려다가 아이들의 머리에 잠시 동안 손을 얹어 주었는데 그 손길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은 담장 옆에 서서 그 남자가 천천히 홀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뉘엿뉘엿 해는 지는데 석양빛이 비스듬히 그 길을 길게 비춰주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주 지쳐 보여!” 아이 중의 한 명이 말했다.
“하지만 아주 친절했어!” 다른 아이가 말했다.
“봐!” 가장 어린아이가 말했다. “해가 그의 머리를 비추고 있어! 마치 황금 왕관처럼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