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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lustration of the sun shining through a dark forest

    헬리오퍼 이야기

    막심 고리키 원작

    - 하디 아놀드 각색

    2020년 04월 09일 목요일

    다른 언어들: Deutsch, español,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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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야, 내가 이야기 하나 들려주마. 이 이야기는 오래 전에 하디 아놀드라는 독일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란다. 그 할아버지가 살던 때보다 더 오래된 옛날 옛날에 어느 깊고 어두운 숲 속에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한 부족이 살고 있었대. 그곳은 나무들이 너무 빽빽이 자란 나머지 따뜻한 햇살이 두텁게 엉킨 가지들을 뚫지 못할 정도였어. 거기에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사나운 야수들이 많았는데 부모한테서 멀리 떨어져 노는 아이들을 주로 노렸지.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과 파괴의 공포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고, 끝없는 절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단다.

    끊임없이 이 사악한 어둠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빛들을 질식시켜 버렸어.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 사랑할 수 없게 됐지.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화가 나서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너무 끔찍했겠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친 야수들의 공격을 혼자서 당해낼 수 없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했지. 모두가 숲을 벗어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갔어. 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빛이 있다는 걸 믿으려고 하지 않았어. 나이든 어른들이 어슴푸레 빛나는 흐린 눈으로 자신들의 빛나는 젊은 시절과 축제의 얘기를 할 때면 젊은이들은 비웃으며 조롱을 했지. 

    woodcut of hands holding light

    Lisa Toth 작품

    하지만 그들 중에 헬리오퍼라는 젊은이가 있었단다. 그는 너무 많이 외로웠는데,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면서 그들을 구원할 길을 찾고 있었어. 우울한 환경 속에서도 헬리오퍼는 마음속에 끊임없이 빛과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지. 어느 날 헬리오퍼는 살던 곳을 떠나 태양을 찾아 나섰어.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위험한 숲을 헤매던 헬리오퍼는 영혼이 다칠 위험도 여러 번 겪었고, 자주, 아주 자주 거의 희망과 확신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단다. 하지만 헬리오퍼는 용기 있게 자신 내면과 외부의 적들에게 단호히 맞섰지. 그러던 어느 날 헬리오퍼는 마침내 숲의 끝에 다다라서 태양의 눈부신 빛을 보게 되었어.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절을 하고 말았단다. 해질녘에야 깨어난 헬리오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걸 보았단다. 헬리오퍼가 잠든 동안 그 사람들이 그를 따뜻하게 돌봐줬던 거야. 헬리오퍼는 그 태양의 사람들과 함께 초원 위에 지어진 소박한 집에 살면서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을 받으며 깊은 평화와 기쁨을 누렸어. 

    그리고 얼마 후, 헬리오퍼는 고향 사람들을 찾아 숲으로 돌아갔어. “갑시다, 형제자매들, 어서 갑시다!”라고 헬리오퍼가 숲의 사람들에게 외쳤어. “제가 여러분들을 빛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게요.”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었고, 의심에 가득 찬 질문을 퍼 부으면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어. 어떤 이들은 크게 비웃었단다. 하지만 마침내, “그래, 가 보자!”라는 환호성과 함께 기다렸던 출발이 왔지.

    그때 헬리오퍼의 눈동자는 태양의 광채로 빛나고 있었어. 하지만 길은 멀고 험난했단다. 그리고 많은 고통과 희생을 따르게 되자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했어. “저 녀석을 죽여 버리자. 우리를 잘못 데려왔어!”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사람들의 눈에는 짙은 증오의 빛이 타올랐어. 그중에 현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니야! 저 녀석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심판하자. 사람들에게 순교자를 만들어 주는 건 아주 위험해.”라고 말했어. 하지만 헬리오퍼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빛과 사랑에 대해 말해 주었지. 하지만 현인들은 “거짓말이야! 세상에 빛은 없어, 태양도 없고, 사랑도 없다고! 우리는 이 숲보다 더 어둡고, 저 야수들보다 더 잔인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어.” 하며 소리쳤어. 

    헬리오퍼는 아주 고통스러웠단다. “제발 그런 소리는 믿지 마세요, 여러분들, 더 짙은 어둠으로 어둠을 이길 수 있다니요, 더한 잔인함으로 거친 야수들을 누를 수 있다니요. 사랑만이 강해요. 오직 태양의 빛만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어요.”라고 말했지.

    “입 닥치지 못해!” 현인들이 다시 소리쳤어. “빛은 없어, 태양은 없다고!”

    사람들도 분노와 절망으로 목을 감싸 쥐고 소리쳤어. “빛은 없어, 태양 따위는 없다고!”

    갑자기 헬리오퍼가 “나를 따라 오세요.”하며 소리 높여 외쳤단다. 그리고 자신의 손톱으로 가슴을 찢어 열었어. 그의 심장은 사랑으로 불타고 있었지. 그의 심장은 어두운 숲 속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며 빛을 내뿜고 있었단다.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받쳐 머리 위로 높이 들었어.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갔어.

    경외감으로 놀란 사람들은 조용히 그 타오르는 심장을 따라갔어.

    마침내 사람들은 태양빛을 보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어. 너무 기뻐서 태양이 발산하는 사랑의 빛 아래서 춤을 추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용서하고 화해했단다. 헬리오퍼는 어떻게 됐냐구? 지친 헬리오퍼는 숲의 가장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어.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사랑으로 고동치는 그의 심장을 천국의 빛을 향해 치켜들었어.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그의 마지막 미소를 남겼단다. 


    이 단편은 막심 고리끼의 “이제르길 노파”(《은둔자》, 문학동네)에 나오는 등장인물 ‘단코’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쟁기> 1938년 겨울호에 처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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