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목사님,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기도할 때 왜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세상적인 성공이나 성적을 위한 것도 아니고 자녀들의 구원과 신앙성장을 위한 기도인데도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앞서 말한 질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대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는다는 가정이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기도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이 완벽히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가정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도가 즉시 응답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이 교회에 더 잘 다니고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기도가 바로 다음 주일부터 응답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 기도가 열매를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드러나지 않게 벌써부터 역사하고 계십니다.
더 나아가 자녀의 구원을 위한 기도는 위험이나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와 달리 즉각적인 응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치유같은 경우 하나님께 모든 것이 달려 있기 때문에 기도하는 사람과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독자적으로 행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 회심해서 구원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 편에서도 요구되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많은 말로 반복하는 것보다 잠잠히 마음에 품고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임의로 이리저리 조종 가능한 기계가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어서 “난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강제력을 사용하길 원치 않으십니다. 인간이 자꾸 거역할수록 인간의 자유의지가 하나님의 뜻과 하나가 될 때까지 하나님께서 더욱 많은 준비를 하셔야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주 강한 욕구와 정욕, 어둠의 세력에 속박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이런 속박이 하나하나 깨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어떤 자녀들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커지면서 불신앙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감이 사라지고 불신앙과 불경스러운 모든 것에서 영혼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의 열매를 인간이 알아챌 수 있기까지는 하나님께서 많은 일을 하셔야만 합니다. 하지만 기도하는 어머니들은 기도를 올바로만 한다면 그 즉시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준비작업이 마무리되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자녀에게 닥치는 고난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혹 자녀 생전에 기도 응답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임종 자리에서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누군가 사랑으로 진심으로 꾸준히 기도하는 한 어느 누구도 버림받은 자로 여겨선 안 됩니다.
하지만 기도의 열매가 너무 없는 경우 기도하는 사람 편에 옳지 못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종종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예배에 잘 참석하고 겉으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그걸로 만족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모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영적으로 결핍되어있고 하나님과 참 교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올바르지 않으면서 자녀를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기도도 하나님 앞에서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누군가 기도하기 위해 나아오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심지어 부적절한 간구나 중보기도도 종종 큰 변화를 일으켜 영생을 주는 구원의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도조차도 누군가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도가 완전히 응답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상황이 바뀌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기도는 매일 많은 말로 반복하는 것보다 잠잠히 마음에 품고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말을 하는 기도는 하나님께 뭔가를 강요해서 정상적인 진행과정에 끼어들어 간섭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봤자 헛되이 수고만 할 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모든 일에 자신을 살피고 늘 주님과 동행하면서 기도하는 대상에게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경솔하지 말고 어리석은 언행을 삼가고, 가혹하거나 엄격하지 말아야 합니다. 친절함과 관용 없이 가르치려는 태도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이런 태도가 가족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기도하는 방법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성령이 지금보다 더 빨리 그리고 온전히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실 때가 곧 올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언젠가 직접 그분의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족 때문에 상심하는 모든 영혼을 위로하고 인내와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맡겨진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영광스러운 결말로 이끄실 것입니다.
원문: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중요 신앙문제 상담-Besprechung wichtiger Glaubensfragen aus der Seelsorge hervorgegangen (Karlsruhe: Evangelischer Schriftenverein für Baden, 1888)
번역: 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