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너 할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영국 북부와 웨일즈에서 양치는 목자로 사셨습니다. 최근까지 이스트 서섹스 지방에서 백 마리가 넘는 양들을 돌보셨답니다. 매일 양떼 사이로 거닐거나, 문제가 있는 양을 돕고, 때로는 지나가는 이웃과 대화하는 할아버지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산책길에 양을 구경하거나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꾼 채소밭을 감상하고는 했습니다. 하이너 할아버지는 노래하는 목자였습니다. 음악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잊지 못할 아름다운 테너 목소리를 지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사랑했습니다. 포크송, 오라토리오의 아리아 같은 곡들을 즐겨 불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슈베르트의 가곡이었습니다. 이런 재능은 아주 어릴 적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ldquo;나는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일년 전 슈테틴이라고 불리는 마을에서 태어났어. 지금은 폴란드에 속해 있는, 발틱 해로 흘러가는 오데 강 근처의 마을이었지.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대피소로 급하게 도망치고, 뒤이어 근처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이 일상이었어. 벙커에서 나오면 거리와 집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고. 어쩌다가 엄마를 잃었어. 정확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몰라. 폭탄이 떨어지는 와중에 헤어졌던 것 같아. 나는 거리에 남겨졌고, 매일 밤 이 집 저 집을 돌며 잠을 잤어.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재워주곤 했지.”
거리에서 2년을 떠돈 하이너는 고아원에 보내졌습니다.
“고아원의 삶은 아무에게도 권해주고 싶지 않아. 지옥 같은 삶이었어. 아무도 신뢰하지 않았고. 수간호사가 50번째 생일을 맞이했는데 의사가 나에게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어. 나는 ‘달이 부드럽게 떠올랐다네’라는 독일 노래를 불렀지. 그때 처음으로 여자가 우는 걸 봤어.”
1949년 하이너는 한 교회의 도움을 받아서 10명의 갈 곳 없는 아이들과 함께 영국 북부로 옮겨갔습니다.
“독일은 우리를 돌아오게 하려고 애썼는데, 만약 강제로 그렇게 했다면 우린 도망쳤거나 사라져버렸을 거야. 아무튼 우리가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게 증명이 되자 독일은 우리가 18살까지 머무를 수 있다는데 동의했어. 우리를 군에 입대시키길 바랬지만, 돌아가지 않고 영국에 머물렀어.
나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마치고 학교를 그만 두게 됐어. 읽을 수는 있었지만 거의 쓰지 못했어. 그러니 나더러 악보를 보고 노래하라고는 하지 마. 음악은 내 피에 흐르는 본능일 뿐이야.
그렇게 나는 학교를 떠나서 소 젖 짜는 일을 시작했어. 내가 약간 광적으로 매료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이었어. 학교를 그만 두고 나서 6년을 농장에서 살았는데 처음 3년은 그저 일하고 먹고 양치는 일만 한 거야. 사실 너무 우울했어. 농장 일을 도우러 새 친구가 왔는데, 내가 음악 테이프나 라디오에서 들었던 오라토리오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나더러 합창단에 들라고 제안하지 뭐야.
이렇게 내가 노래 불렀던 일에 대해 말하는 이유는 노래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야. 아주 어릴 적부터, 심지어 거리에서부터 시작했던 것이 노래였으니까. 어떤 면에서 노래가 내 인생을 계속 이끌어왔던 것이 아닐까.”
하이너는 매주 합창 연습을 위해 운전을 해주면서 쥬디스라는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 해 47년 동안을 함께 살았습니다.
“쥬디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교회에 남아있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사실 그렇게도 말 못해. 하나님은 가장 완고한 존재도 당신을 따르도록 놀라운 방법으로 인도하시니까. 정말이라니까. 내가 완강하게 버텼지만 하나님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셨던 거야.”
어떤 면에서는 강한 성품이 어린 시절 하이너를 살아 남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하이너 할아버지는 언제나 마음에 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 곁에 있으면서 작은 기쁨을 누리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특별히 주변에 있는 어린이들과 함께요. 얼마 전 가족 식사에서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이 땅에, 바로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올 거라는 걸 나는 믿어. 포기하지 않고 싸울 거야.”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하이너와 쥬디스는 교회 식구들의 노래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독일 가곡 ‘누가 진정 기쁨으로 걷기 원하는가’를 불렀을 때 하이너는 중요한 가사가 빠졌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기도는 산들바람처럼 불어
조용하게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네
사랑은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우리의 마음이 열려
기쁨으로 가득한 찬송을 흘러 넘칠 때까지
그치지 않고 두드리네”
잠시 후 하이너는 몸이 좋지 않다며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에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노래는 2013년 75세의 나이에 하이너가 부른 노래를 녹음한 것입니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괴테의 ‘방랑자의 밤 노래’입니다.
Wandrers Nachtlied (MP3)
“정상에 서면 모든 것이 잠잠하네
나무 꼭대기에서는 숨소리 조차
느껴지지 않고
숲 속에 있는 새들도 조용하다
기다려라, 머지 않아
너 역시 쉬게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