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이 있었다. 왕은 나라의 진정한 아버지요, 모든 백성들에게 공정하고 온화했으나 자신들의 지도자를 왕좌에 세우기 원하는 강력한 혁명파와 싸워야만 했다.
어느 날, 왕은 책상에 있던 중요한 국사 서류와 왕가의 문서가 도난당한 것을 발견했다. 이 훔친 문서가 오용된다면 정치적으로 큰 물의가 일어날 것이기에 왕은 정신이 아찔해져서, 즉시 다음과 같이 어명을 내렸다. “나는 하나님과 왕의 명예를 두고 맹세한다. 도난당한 문서를 내 왕좌와 국가의 복지에 악용하는 자와, 감히 내 비밀 문서를 다시 훔치려고 하는 자는 누구이든 상관없이 형집행자에게 백 대의 채찍질을 공개적으로 맞을 것이다. 예외 없이 반드시 실행하리라.”
고통스럽게도, 이 법령이 발표된 지 며칠 뒤 한 궁정 경비병이 만능 열쇠로 왕의 비밀 보관장을 막 열려고 하던 왕의 사랑스런 어머니와 두 누이를 체포했다. 즉시 진행된 조사에서 세 사람 모두 역모에 가담했다는 것이 의심할 여지없이 입증되었다.
왕국의 모든 신문들은 왕의 어머니와 누이들이 왕대비와 공주 신분으로 도난 행위를 저지르는 중에 포착되었고, 그들의 죄가 입증되었다는 소식을 즉시 보도했다. 일부 기사는 악의적으로 ‘폐하가 이제 과시해왔던 공의를 실천하고 왕국의 법도가 왕가의 사사로운 이익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증명할 특별한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왕대비와 왕의 두 누이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반역자들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이며 앞으로는 왕에게 더욱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왕은 그들의 후회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아들이자 통치자인 자신의 이중적 지위로 인해 왕의 마음과 양심은 끔찍한 동요에 던져졌다. 왕은 하루 종일 서재에 스스로를 가두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통치자의 지위 편에 선 왕의 마음은 어머니의 아들인 자신에게 폭군이 되어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에 아들과 형제 편에 선 왕의 마음은 왕의 명령에 반역하여 가족을 사면할 것을 요구했다.
왕은 어찌해야 할까? 만약 왕이 그의 왕명을 제대로 집행한다면,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이들이 형집행인에게 공개 망신을 당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왕은 그들이 무시무시한 형벌의 수치와 고통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에, 왕이 법령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왕은 온 백성과 적들 앞에서 위증과 불의와 모욕을 당할 것이다. 그런 중에도 왕은 자신의 공의와 정직과 관대함에 대한 백성들의 개인적인 신뢰만이 오직 그의 왕좌와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리하여 한 음모가 왕 자신의 마음에 침투했다. 왕은 어찌해야 할까?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불가능하였으니.
이튿날 아침, 끔찍한 밤을 보낸 후, 왕은 형벌 집행자와 사람들에게 궁전 앞에 모이도록 명령했다. 궁전 광장에 급히 세워진 왕좌 주위에 수천의 인파가 붐볐다.
마침내 왕이 와서, 떨리는 노모를 정중히 팔로 이끌었고, 그의 누이들은 타는 듯한 수치심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창백하고 심각한 얼굴을 한 왕은 늠름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왕좌의 차일 아래로 내려가 순식간에 고요해진 군중에게 말했다. “나의 왕국에는 모두에게 평등한 정의가 있음을 나의 백성과 내 적들이 볼 수 있도록, 나의 늙은 어머니를 형벌 집행자에게 넘겨주노니, 모든 이의 눈앞에서 나의 왕령에 따른 형벌을 즉각 시행하도록 하라.”
무서운 순간이 따라왔다. 낙담한 왕은 왕좌에 주저앉아 눈물을 감추려고 창백한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사람들에게 등을 지고 주저앉은 공주들은 왕좌 앞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순간 채찍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벌 집행자가 노부인을 무자비하게 내려치려는 찰나, 왕은 벌떡 일어나 집행자의 팔을 잡고 궁전 벽에서 메아리를 깨우는 듯한 사자의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채찍질을 받겠다. 이 세 사람은 놓아주라!” 아무 소리도 없이 백 대의 채찍질을 당하고 쓰러진 왕은 30분 후에 반쯤 죽어 피가 흐르는 채 궁전으로 옮겨졌다. 그의 적들마저 눈물을 흘렸다.
왕은 이 끔찍한 형벌에서 느리게 회복되었다. 하지만 왕은 그의 정적들까지도 이겼고 그때부터 그의 모든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하여 왕은 공의와 사랑과 솔로몬보다 더 큰 지혜로써 왕국과 가족을 파멸에서 구해냈다.
<부활절 이야기(영문)Easter Stories: Classic Tales for the Holy Seaso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