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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out아이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빈곤한 나라뿐 아니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미국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본질은 전쟁과 굶주림보다, 부모가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지금이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시대'라고 정의한다. 무관심, 돈, 지나친 기대, 잘못된 훈계, 위선, 회피, 차별, 불경(不敬) 따위가 아이를 망치는 것들이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학생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숨졌다. 그리고 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는 학교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합법적으로 산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2002년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총기 난사 사건을 부추기는 미국의 사회 시스템을 통렬히 비판하는 《볼링 포 콜롬바인》이라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은 미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에 대해서는 심리학·교육학·사회학적인 분석들이 이미 수없이 나왔다. 무어 감독의 분석은 사회구조적 접근의 대표이다. 이 책《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도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에서 지은이가 받은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제3세계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는 미국에서,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사정이 좋은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궁금했다. 그는 왕따,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적 분위기, 총기 소지 따위뿐 아니라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뿌리를 “모든 집 거실”에서 찾았다.
이 책의 원제는 ‘Endangered; Your Child in a Hostile World’이다. 원제에서 드러나듯이 지은이는 아이들이 지금 어느 때보다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세상이 아이들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와 절친한 흑인 언론가 무미아 아부자말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세상은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게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는 이처럼 더럽고, 오염되고, 속 빈 유산을 남겨 주는 상황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네. 과거 인간 해방 운동의 물결에 앞장섰던 이 세대가 이제는 역사에서 가장 억압하는 세대가 되어, 부모 세대가 자기들에게 했던 것보다 어 오랫동안 자신의 아이들을 이런저런 감옥에 가두고 있네. ···우리 아이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네. 아이들은 2백 달러짜리 운동화와 비디오 게임기와 컴퓨터를 갖고 있지. 심지어는 자기 차를 가진 아이도 있네. 전부 무모가 나가서 번 돈으로 사다 준 번쩍거리는 쓰레기들이지. 아이들은 온갖 최신 장난감을 갖고 있지만 사랑은 없다네.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나?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이 증오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양철북,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