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Freeman: 리프톤, 뉴욕, 앤 기본스(ANN GIBBONS) 기자, 2013년 8월 11일
기쁘게 후회 없이 책을 쓰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목사가 노년의 위기와 즐거움을 탐색하는 새 책을 냈다. 『나이 드는 내가 좋다』
작년에 펴낸 『아이들의 정원(Why Children Matter)』을 비롯해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쓴 요한 크리스토프는 다시 펜을 잡고 싶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자기 마음을 바꿔놨다고 말한다.
“책을 쓴다는 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인지 몰라요. 이젠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요.” 아놀드는 아내 버레나와 함께 사는 집의 아늑한 거실에서 운을 뗐다. 지은이의 아내는 함께 책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꼼꼼하게 교정을 보기도 했다.
“버레나는 전문가도 놓치는 실수를 찾아내요.” 아놀드는 깊은 애정으로 말했다. “협동작업이에요. 교정을 포함해 모든 걸 함께 하는 거지요.” 버레나의 말이다.
“아내와 제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해야 했어요. 나이가 들면 생기는 문제에 익숙해지고, 긍정으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아놀드는 새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아놀드의 할아버지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1920년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시작했다. 에버하르트는 다친 다리 때문에 격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나치 정권의 위협에서 공동체 식구를 보살피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그만 세상을 등진다. 그게 1935년의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길을 따라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온 아놀드는 현재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목사이다. 국제적 공동체 운동인 브루더호프는 용서와 비폭력, 섬김과 단순함,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곳이다.
1940년 영국에서 독일인 난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부모가 다시 파라과이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55년 아놀드의 가족은 미국에 이민해 뉴욕주 얼스터(Ulster) 군에 자리를 잡는다. 그뒤 1959년 킹스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결혼과 부모역할, 평화로운 삶의 마무리 등의 주제에 잘 알려진 강사이며 작가인 아놀드는 아내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수천의 개인과 가족을 상담해왔다. 또한 총을 맞아 전신마비가 된 경찰관 스티븐 맥도널드와 함께 브레이킹 더 사이클(Breaking the Cycle: 폭력의 고리 깨기)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수백 곳을 다니며 용서를 통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현재 얼스터 군의 보안관들을 위한 사목으로 섬기는 지은이는 아내와 여덟 명의 자녀들, 42명의 손자손녀와 함께 산다.
아놀드가 열한 번째 책을 쓰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 플라우 출판에서 펴낸 161쪽 분량의 이 책은 총 11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외로움과 싸우기, 삶의 의미 찾기, 치매와 함께 살기, 평화를 찾기, 안녕이라고 말하기, 다시 시작하기” 같은 제목이 눈에 띈다.
아놀드는 얼스터 군에는 홀로 외롭게 사는 노인이 숱하게 많은데 이들이야말로 노년의 시기를 살아낼 용기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쓰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털어놓는 놀라운 경험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아놀드의 말이다.
“젊었을 때처럼 노년에도 못하는 일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만 나이가 저를 따라 잡더군요. 지금 일흔세 살인 데 어쩔 때는 힘이 쫙 빠져요.” 아놀드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쓰면서 아놀드에게는 꿈꾸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책을 쓰면서 공동체 식구들에 한 장(章)씩 읽어 드렸어요. 이곳에 나이 드신 분들이 꽤 사니까요. 그런데 이분들 말씀이 자기도 똑같은 경험을 한다며 당신들의 경험을 들려주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분들이 털어놓은 얘기가 얼마나 놀랍던지!”
용서 얘기가 나오니까 아놀드는 신이 났다. 남을 향한 분노는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암처럼 영혼을 삼킨다고 말한다.
“분노는 사람을 소진해요. 늘 그 생각에 사로잡히죠. 꿈에서도 분노하고요. 진정한 나 자신이 될 기회가 없는 거에요. 잔뜩 화가 나서 쓴 마음을 품고 삽니다. 어떤 사람을 용서한다고 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거에요.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거지요. 그러려면 먼저 내 자신을 용서해야 하는 데 그게 제일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상황을 바꾸는 일은 언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용서란 대단한 힘이 있어서 자유와 기쁨을 주거든요. 한 번의 용서는 물결을 일으키는 물방울 같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아무도 모르죠. 용서는 우리 사회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지은이가 알고 존경했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생각하며 뽑았다고 하는데, 여러 후보 제목 중에 지금의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우리 마음의 풍요가 진짜 재산이에요. 은행통장보다 훨씬 낫지요. 자기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남을 사랑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은행에 있는 돈보다 훨씬 나아요!”
미국인들은 집과 창고가 넘쳐나도록 물건을 쌓아놓고, 그것도 모자라 창고를 빌려 물건을 쌓아놓는다고 지은이는 꼬집는다.
“수억, 수조 원의 돈이 있어도 천국에 싸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깊고 단단한 믿음의 사람 아놀드는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신앙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해보았다.
“죽음이라는 운명에 부딪히면 갑자기 삶의 우선순위가 바뀝니다. 어렸을 때 배운 것이 생각나고, 예수를 떠올리지요. 예수는 보편적인 분이에요. 종교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분입니다.”
아놀드는 이어 기도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했다.
“기도란 마음 속으로 하나님에게 외치는 소리입니다. 모든 기도는 응답을 받습니다. 기대하던 것과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응답을 받습니다. 기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꼭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분을 바라보면 됩니다. 그러면 들으십니다.”
아놀드는 책 속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로마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한 말을 인용했다.
“교황 베네딕토는 나이 든 사람의 기도는 세상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믿음으로 끊임없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전 아주 신이 났어요! 아파서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은 스스로 자기가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기도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를 쓸 수 있다는 거에요.”
“나이 든 분들의 기도는 한 나라를 구합니다.” 기도를 책의 부제와 연결지으면서 아놀드는 평화란 그냥 머리로 느끼는 게 아니라 온몸이 본능에 따라 경험하는 거라고 말한다.
“모든 게 변하지만, 평화가 있으면 어려움을 용기 있게 맞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곁에 앉아 있던 버레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큰 딸 마그릿 얘기를 해주었다. 암 치료를 위해 올버니 의료원에 입원해 있다고 한다.
“한 달째 병원에서 삶을 위한 싸움을 치르고 있지요.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 모두 한결같이 그러는데 제 딸이 평화를 잃지 않았데요. 마그릿은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평화롭게 하나님의 계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거에요.” 아놀드 부부는 딸이 회복되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하셨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상처와 원한을 내려놓는 일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약속된 선물을 찾는 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