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만나지 않으면 예수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분의 인격에서 고난의 길이 우러나옵니다. 그분의 희생으로 우리의 가슴에 모든 사람을 향한 위대한 사랑이 넘치게 되고, 어둠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면 그분을 위해 고난 당하겠다는 소망이 아주 자연스럽게 넘쳐 날 겁니다. 예수님이 가신 고난의 길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서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가 필요합니다. 그분을 받아들이려면 하나님 앞에서 고요해져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안에서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극복하도록 말입니다. 그분을 통해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겁니다.
그분과의 일치만이 진정한 평화의 기초를 놓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게 도우십니다. 사랑과 은혜의 계시뿐만 아니라 악에 대한 진노와 무서운 심판도 그분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오직 사랑’이라는 생각은, 그분의 힘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용서하신다는 것을 알지만, 심판한다는 것은 잊어버립니다. 현대인은 속죄라는 말에 반감을 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하나님은 ‘오직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판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과 용서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복음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너무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마음의 중심, 우리 소명의 중심, 우리 선교의 중심이라는 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의 어린양이 하나님 보좌 앞에 서 계십니다(계 5:6). 십자가는 우주의 중심입니다. 그 의미, 높이, 깊이, 넓이를 체험해야 합니다. 성령께서 신비로 계시하시는 십자가를 체험해야 합니다.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방법으로 체험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위대한 생각들을 경험하려면 개인적으로 분투해야 합니다. 십자가를 통한 개인적인 구원은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그냥 머무는 것은 쓸데가 없습니다. 십자가는 한 개인보다 훨씬 위대합니다. 십자가는 온 세상을, 그리고 그 너머까지 모두 감싸 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하나님만 아시는 비밀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성경은 십자가를 통해 이 땅은 물론이거니와 천사의 세계에 속해 있는 정사와 권세 그리고 하늘까지 하나님과 화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골 1:20). 사람들은 물론 천사들조차도 이 모든 것 뒤에 놓인 신비들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적인 죽음을 이겼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이 땅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위력을 지닌 일이 십자가를 통해 일어났습니다.
《공동체 제자도》(홍성사, 2008)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