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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out오늘날의 기근은 절대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제껏 인류는 흉년 혹은 전쟁으로 식량공급이 대폭 줄어들었을 때 기근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기근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예기치 않은 부주의 때문도 아니다. 정치가들은 종종 그들이 소모품처럼 쓰고 버려도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준다. 21세기에 기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엄청난 조직적인 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류에게 행해지는 또 다른 대규모 잔혹행위와 범죄 가운데 하나다. 인류에 대한 그러한 범죄가 지금 예멘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멘은 4년 이상의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왔다. 오늘날의 기근에 대한 귀중한 역사를 다룬 책인 “대규모 기아 Mass Starvation”(한국어 미발간)에서 알렉스 드 왈은 우리에게 “재앙을 대규모 기아로 바꾸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행동 즉,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예멘의 기근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하디 대통령 정부의 경제적 봉쇄와 그 밖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발생하였다. 하디는 30년 넘게 예멘을 통치하다 2011년 국민 저항으로 쫓겨난 살레의 후임자였다. 하지만 하디 자신도 후티족으로 알려진 안사룰라에 의해 지난 2014년 9월에 일어난 쿠데타로 당시 축출되었다. 2015년 이른 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정부동맹과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하디를 권력에 복귀시키고 후티족을 수도에서 몰아내는 군사개입을 시작하였다. 한편 지난해 후티족이 살레와의 관계를 파기하고 그를 살해함으로써 그 동안 편의를 위해 유지되었던 둘 사이의 연합은 사라졌다. 현재까지 아랍국가동맹은 당초의 목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반대로 예멘의 시민들은 끝 모를 어둠의 심연으로 던져졌다.
예멘의 시민들은 끝 모를 어둠의 심연으로 던져졌다.
사우디 동맹의 폭격으로 인한 국가사회시설의 파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동맹의 해운과 항공 봉쇄, 중앙은행의 아덴으로의 이전, 예멘 화폐가치의 폭락, 2년 이상 공무원 임금 미지급 등 사실상 예멘의 경제는 붕괴되었다. 이는 대부분 예멘 주민들의 더 깊어진 빈곤을 의미한다.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무려 천오백만 주민은 식량부족으로 기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에 식료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빈곤해진 주민들에게 이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이다. 민간인들에게 가해지는 경제적 전쟁은 공습과 포격보다, 어쩌면 막을 수도 있는,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 이후 최소 8만 5천명의 아이들이 굶주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이들은 기근의 재앙 가운데 가장 취약한 존재이다. 영양실조가 그들을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예멘의 일곱 살 소녀 아말 후세인의 슬픈 이야기는 전쟁의 역경에 처한 수백만 어린이를 대변한다. 뉴욕타임즈는 2018년 10월 하순 처음으로 극도의 굶주림과 설사에 시달린 소녀의 잊을 수 없는 피폐한 몸의 사진과 상태를 보도하였다. 기사가 나간 후 며칠 뒤 아말은 사망했다. 아말의 가족은 사우디 동맹국의 공습에 의해 몇 해 전 집이 파괴된 이후 자기의 나라에서 난민처럼 생활해 왔다. 자국 유민들을 위한 캠프에서 소녀는 천천히 쇠약해졌다. 수백만의 예멘 아이들은 아말처럼 심각한 영양실조이고 가족 역시 아말의 가족처럼 가난하다. 설령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전쟁과 기아의 체험 때문에 잘 성장하지 못하고 삶은 영원히 상처 입었다.
기근 발생의 정치적 원인이 있듯이 정치적 해법도 있을 것이다.
기근 발생의 정치적 원인이 있듯이 정치적 해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끔찍한 기근은 다른 대규모 재앙이 세상의 관심을 받은 것처럼 주목 받지 못한다. 기근으로 시달리는 국가들은 언론에 자주 다뤄지지 않는다. 설사 보도가 있더라도 대중과 정책결정자들에게 거의 혹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많은 나라들이 기근이 다시 발생할 진짜 위험이 있지만, 다른 정부들은 기근 발생에 관련되어 있거나 혹은 재앙을 막는 일에 관심이 없다. 세계는 기근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거의 성공한 이후 그것의 참혹한 귀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니엘 래리슨은 잡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American Conservative>의 선임 편집자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 랑카스터에 산다.